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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이주노동자를 살인 혐의로 참수형에 처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사우디 주재 인도네시아 대사관과 영사관은 자국민에 대한 법적 지원을 위한 피고 접견권을 두 차례나 거부당한데다, 사형 집행을 사전에 통보받지도 못한 것으로 밝혀져 외교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의회는 정부에 책임을 추궁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분노한 인도네시아인들의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사우디는 22일 인도네시아 정부에 공식 사과했다.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이날 “사우디 대사가 인도네시아 외무부 장관을 예방해 사과와 유감의 뜻을 밝히고 ‘앞으론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앞서 20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사우디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 18일 제다의 한 가정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루야티 빈티 사푸비(54)에 대한 참수형을 집행했다. 지난해 1월 여주인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가 최근 항소심에서도 확정된 것이다. 사푸비도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 조사 결과, 사푸비는 여주인으로부터 폭언과 감금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사우디에선 316명의 자국 이주노동자가 재판을 받고 있으며 그중 22명은 참수형을 선고받아 집행을 기다리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노동부는 외국에 나간 자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변호사와 전문가를 늘리기로 했다. 또 아랍 국가들에 대한 인력 송출을 당분간 중단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노동자 보호 협약 체결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동의 부유한 산유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노동조건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사우디 위성방송 <알아라비야>는 20일 “아랍권에서만 300만명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개탄스러운 조건에서 일하고 있으며, 언어폭력과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의 ‘가사노동자들의 인권 실태’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여성 전문지 <사이다티>가 실시한 이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에만 200만명을 비롯해 쿠웨이트에 66만명, 바레인에 7만9000명의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정당한 임금을 제때 받는 경우는 드물다. 정신질환이나 도벽 등 온갖 구실로 임금을 떼이고 쫓겨나기 일쑤다. 입술을 잘리고, 몸을 베이고, 전열기구로 화상을 입는 등 심각한 신체적 학대에 시달리거나, 성 접대를 강요받는 경우도 흔하다.
<사이다티>는 “아랍 국가들이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을 정식 직업으로 인정해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관련 법규를 만들고, 질병이나 부상에 대한 보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